지난 토요일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다. 생월이라 겸사겸사 만났는데, 원래 두 사람을 만나기로 했으나 하나가 직장에 긴급 출동하는 바람에 합류하지 못할 뻔 했으나 나와 다른 지이 저녁을 천천히 먹는 사이 잽싸게 와서 다행스럽게도 합류할 수 있었다. 토요일에 긴급 출근을 했다면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덜 억울하지. 덕분에 원래 좋았던 분위기가 더 좋아져 커피에 위스키까지 마시고 들어왔다.
두 달 만의 사회생활이었던가. 하여간 열심히 돌아다니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더니 수치가 그 다음날 까지도 놀랄 만큼 낮게 나와서 놀랐다. 아, 이게 이렇게 되는 구나. 혼자서 온갖 지랄을 해도 차도가 없었는데 이런 걸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요즘 나의 사회 생활은 원래도 그런 것이 더 메말라 있다. 내가 약간은 자학적인 기분으로 나를 바싹 말리는 측면도 좀 있고, 실제로 만날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엔 발을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세 번째…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날 때 지역부터 밥 먹을 곳, 차 마실 곳까지 모두 정해야 하는데 정말 너무 하기 싫다. 나라고 뭐 특별히 아는 곳이 있겠느냐고?! 게다가 대부분 너무 가고 싶지 않은 곳 투성이라 어려운 것도 있긴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은데 나를 만나면 꼭 붙잡고 음식 이야기를 해야 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먹은 것을 나에게 확인 받고 싶다거나 내가 먹은 것을 얕잡아 보고 싶다거나… 다 좋은데 그런 이야기를 일절 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상황이 그렇게 전개가 되기 시작하면 그대로 일어나 도망치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의도에 관한 오해가 있다. 나는 그냥 정말 밥이나 먹고 커피나 같이 마시고 싶을 뿐인데 그게… 아니 저는 감히 여러분들을 어떤 대상으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반백 살 오징어일 뿐입니다.
하여간 불고기는 맛있었고 밤 공기는 나름 괜찮았으며 빌어먹을 카카오 택시는 더럽게 잡히지 않았다. 카카오 극혐이다. 결국 카카오 아닌 택시를 잡아 타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