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고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상실감에 시달리는 가운데, 11월에는 나를 평소보다 더 미워했다. 내가 이런 것을 견디기 어려운 때가 종종 온다. 약 20일에 걸쳐 복구를 끝내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제 12월이다.
Month: November 2021
하루 종일
잤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어제 ‘이터널스’를 보고 허기진 가운데 몇 킬로미터를 꾸역꾸역 걸어와서 그런 것 같다. 그런다고 살이 빠지지도 않을 텐데 사람은 미련하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터널스’는 너무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지도 않았다. 갈등하는 존재들의 드라마를 찍으려는 감독에 다른 사공들이 붙으면서 산으로 갈 뻔한 배를 간신히 되돌려 놓은 느낌이었다. ‘노매드랜드’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왠지 어떤 영화인지 감이 잡히려고 한다면 너무 건방진 걸까? 일종의 ‘스킨’을 빚어놓은 뒤 영화마다 바꿔 씌우는 감독들이 있는데 ‘이터널스’를 보며 조쉬 트랭크의 ‘크로니클’과 ‘판타스틱 4’ 생각이 났다.
2회차의 의욕은 없다.
취소
한 6개월 전에 잡혀 있었던 강연 요청이 열흘 남겨 두고 취소되었다. 오늘 드디어 귀찮음을 무릅쓰고 자료를 만들기 시작하던 차에 메일을 받아서 그저 황당했다. 기왕 취소할 거라면 노동력을 투입하기 전에 알려주지. 하도 이런 일이 많다 보니 실제로 일을 하기 전까지는 안심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요즘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는데, 지난 주에는 단 며칠 내로 광주에 가서 김병현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음식 맛을 보고 평가해줄 수 있느냐는 예능 섭외 비슷한 게 들어왔다. 그저 ‘비슷한 거’인 이유는 결국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통화에서는 전국 몇 대 버거를 맛 본 사람 컨셉 같은 걸로 갈 수 있느냐고 물어봐서 딱 잘라 못한다고 그랬고 촬영 일자는 그렇게 지나갔다.
또 다른 건은 비서울의 라디오 출연이었는데 생방송이고 궁극적으로 대본도 내가 쓸 수 밖에 없는 여건인데, 전화를 걸어 온 작가에게 출연료를 물었더니 피디가 전화할 거라며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났고 방송한다고 한 날짜는 이주일도 안 남았으니… 아마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다.
야구에서는 3할만 쳐도 엄청난 타자 대접을 받는데 프리랜서의 세계에서는 1할만 거래가 성사되어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인간을 향한 불신이 늘었다.
왠지 쌓이려는 울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편의점에서 2+1 행사하는 하겐다즈 파인트를 사왔다. 9월에 참았고 10월엔 행사를 안 했으니 이번 달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