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일이 되어 돌이켜 보니 1월이 너무 무섭게 흘러갔다. 신정 지나자마자 마감 몇 개를 쳐 내고 빌빌거리다가 책이 나왔고 다음 책 작업을 하다보니 그대로 설 연휴가 되어 버렸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던 날들도 있고, 너무 그래서 두려워져 밖에 나갔다가 그냥 길에 걸어다니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라 다시 집에 들어간 날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인류애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대세에 지장은 없는 가운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엇엔가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자질구레한 근육통이 있다가 사라지고 기분이 나쁘다가 좋아지고 등등등.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장기적으로는 좀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열쇠는 사람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인류애를 여전히 품고 있지만 개별 인간에 대한 믿음은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인간을 싫어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을 향한 불신을 품고 있다.

힘든 나날들

오늘도 일찍 일어났는데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일을 손에 잡지 못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년 이맘때에도 똑같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니, 작년에는 더 엉망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고, 1시간 간신히 일을 붙잡은 다음 세탁망도 살 겸 산책을 갔다왔더니 상태도 좋아져 금일의 과업을 그럭저럭 마칠 수 있었다. 이 노래도 오늘의 내가 멀쩡해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1월의 마음

은 상당히 너덜너덜하다. 큰 일은 없었다. 자질구레한 일들이 자잘하게 마음을 긁어대서 결국 이 꼴이 나고야 말았다. 요즘 사람들이 부쩍 미운데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아서 역시 1월은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맛있는 만두를 먹으며 사람이 미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밤이다. 그러나 요즘의 세상에는 맛있는 만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을 향한 미움을 잠재워주는 만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계속 미워할 충분한 이유를 확보했다.

부모님의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꿈을 꾸었다. 내가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전화기는 여전히 플립폰이었었다.

시간을 꽉꽉 채워 평소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금요일 밤이다.

요 며칠

일이 잘 안 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불길함에 시달렸다. 올 겨울이 왠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많은 인간들에게 조용히 미움을 품었다. 그것은 아마도 책을 부치고자 갔던 우체국에서 마주친, 심한 경상도 사투리에 큰 목소리로 쌍욕을 해가며 전화통화를 해대던 남자 탓인 것 같다.

참다 못해 나는 그에게 화를 냈다. 그가 우체국 전체에 조장하는 불안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여기에서 쌍욕해가며 통화를 크게 하시는 겁니까. 지적을 받은 이들은 대체로 인과 혹은 선후관계를 혼동하고 되받아 화를 낸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청구를 들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자각이 없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타인에게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만을 자각할 뿐이다. 그러나 알고 있을까? 이미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충분히 망신시켰다는 사실을.

요즘

뜨개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되는 요즘이다. 나만 감지할 수 있는 분노와 불안의 가느다란 지류들이 한데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고 감정의 제방을 무너뜨릴 것 같은 조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있으면 좋을 약속

아까 청계천을 건너가는데 약속이 있었으면 좋았겠네 생각했다. 어딘가 음식점에 들어가 먼저 기다리고 있던 지인에게 잘 있었어? 인사하고 따뜻한 국물 음식 같이 먹는 약속 말이다. 나는 보통 먼저 가서 기다리는 사람이니(당신과의 약속에서 그러지 않았다면 죄송) 그런 상황 말고, 누가 나를 기다려 주는 상황이어야 한다. 음식은 너무 맵지도 뜨겁지도 않은 생선 지리가 좋겠고, 술은 잘 안 마시기는 하지만 맥락에 충실하자면 사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어두운 거리를 걷다가 종종 밝게 불이 들어온 가게들을 보며 저기 어딘가에 내 자리와 내 사람이 있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는 거다. 서점에 들러 뜨개 책들을 좀 뒤적이다가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돌아왔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맑은 지리와 사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