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

사람을 알게 됐는데 근처에 살아서 맥도날드에서 만나 아침을 같이 먹기로 했다. 소시지 에그 맥머핀을 시켰는데 반 정도 먹고 남기는 것을 보았다.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닌데… 그 약속을 정한 뒤 같은 날 오후에 영화를 보자고 해서 응하는 바람에 하루에 같은 사람을 두 번 만나게 되었다. 영화는 오후에 시작돼 끝나니 대략 이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차를 가져왔다며 같이 가자는 걸 (나는 애초에 잘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백화점에 들러 떨이 반찬을 사다가 간만에 밥을 해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으므로) 혼자 가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 사람이 문자를 보내서는 저녁때인데 밥을 먹자는 이야기도 안 하고 가는 게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자기는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했는데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는 것이었다. 아침을 다 먹었다면, 그리고 점심을 챙겨 먹었더라면 당연히 배가 덜 고팠을 것이었는데… 뭐 어떤 이유로든 배가 고팠다면 자기 사정이 이러하니 밥을 같이 먹겠느냐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아 놓고 나에게 그런 걸 생각도 하지 않고 혼자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점심을 세 시 넘어 먹어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으며 사실 배가 고팠더라도 그 사람과 저녁까지 같이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사람이면 점심도 같이 먹었겠지. 무슨 의전도 아니고 사람들은 대체 자신이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기분이 나쁠 상황으로 기분이 나쁠 대상에게 기분이 나빠야지.

세상만물자원배분설

무엇인가 새롭게 하려면 자원을 재배분해야 한다. 일단 시간부터 한정된 자원이므로 이를 기존의 일에서 빼다가 새롭게 하는 일에 배분해야 한다. 일단 그게 되어야 마음이든 뭐든 쓸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른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생각이 없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런 사람들과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사실 나는 ‘바빠서 연락 못 한다’는 말을 믿은 적이 없다. 마음이 없는데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바쁜 사람은 관계 같은데 자기 자원을 쏟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이 새해가 되자마자 벌어졌다. 근데 사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꽤 오래전부터 예상을 했다. 몇 년 전 도입부 한 삼십 장쯤 끄적여 놓고 버려둔 장편소설 나부랭이에 설마 하고 쓴 사건이 있는데 그게 진짜로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래서 계획대로 움직여 바로 대처를 시작했다. 정말이지 사는 게 뭘까 싶다. 한편 엄청 담담하고 한편 아무나 붙잡고 막 하소연하고 싶을 정도로 황망하다. 감정이 완전 아수라백작 꼬라지다.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부고는 이메일을 타고

어젯밤 열 시 반 쯤, 고양이와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이메일로 부고가 날아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예상해왔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들어맞았다.

내 예지력 너무나 신통한데 신이 전혀 나지 않는다.

정말 나이 먹는 게 별 거 아니다 그냥 더 더러운 꼴을 더 많이 보는 과정이다.

글쓰기의 고민

어제의 글은 등장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해 쓴 게 아니었다. ‘아 이제 나는 사람에게 쓸 에너지가 정말 없다…’는 이야기를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저렇게 보일까봐 염려가 돼서 글이 잘 안 써지더라. 에…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사실 이게 내 글쓰기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돈을 버는 나의 글들 대부분은 내 사적인 영역의 사람이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쓸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한편 그와 별개로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억눌러 왔다. 크든 작든 발언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글쓰기 16년차로 접어드는 지금 한계가 온 것 같다. 글쓰기 자체의 한계 말이다.

단적으로 남궁민 같은 필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또 완전한 진공상태인 것처럼 굴고 싶지도 않고… 그 중간 지점을 찾고 싶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20년차 까지는 답을 찾아야 한다.

관계의 유통기한

작년 2월의 매우 추웠던 날 지인 부부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런저런 화제로 잡담을 즐기는 가운데 우래옥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 다 가본 적이 없다기에 3월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요 몇년 동안 생일밥을 우래옥에서 먹었으니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 가격대가 만만치 않으니 생일밥이기는 하더라도 가자고 하는 내가 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헤어지는 길에 그들이 나의 생일을 물어보아서 알려주었다. 잘 먹는 사람들이라 육회에 불고기나 갈비를 시키고 냉면이나 김치말이로 마무리를 하면 매우 훌륭하고 즐거운 식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그들은 소식이 없었고 그대로 연락이 끊겼다.

원래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끊길 거라는 예상은 못했기에 나는 이후 한참 동안 이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무엇인가 원인을 제공했을까? 비단 관계 뿐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도 일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맨날 밥을 사서 부담을 느낀 걸까? 나는 이제 연상의 인간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져서 밥이든 커피든 내가 당연히 사는 거라 생각하고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연락을 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런데 나도 하기 싫었다. 사실은 그들을 안 뒤부터 그렇게 해왔었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는 항상 즐거웠다. 적어도 내 쪽에서는 그랬다. 그랬기에 헤어질 때 나는 늘 그렇게 제안했다. 두 달 쯤 뒤에 또 봅시다. 세 달 쯤 뒤에 또 봅시다. 네 달 쯤 뒤에… 그 기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 나는 한번씩 연락을 했고 그렇게 또 날을 잡아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정이 막 나빠지거나 그래서는 아니었다. 그냥… 번거로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이 관계의 자연스러운 종착점일 수도 있으니 그냥 이것저것 천성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나와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사정이 그들에게 있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말도 안되게 생업에 바쁘거나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어서 연락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를 위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게 중요했다. 사실은 이 건 뿐만 아니라 다른 관계에 대해서도 나는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이제 다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작년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줌 있던 지인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모종의 일로 관계가 인간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은 강한 의구심에 시달리기 시작한 이후였다.

어쨌든 사정이 그렇게 되어서 작년 생일에는 우래옥에 가지 못했다. 대신 뭔가 꽤 비싼 옷을 충동구매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팔고 싶어졌다. 옷은 어디에 내놔야 잘 팔리나. 과연 귀찮음을 무릅쓰고 팔 수 있을까? 새해가 되니 올해 생일은 또 어떻게 해야 되나 벌써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쉰 살 생일인데! 에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