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사소하디 사소한 불편함

또 마음이 와장창 깨져서 금요일에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그런 와중에 메일을 받았는데 너무 화가 나서…

오늘은 평소보다 뜨개를 좀 오래하고 그냥 빈 속으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본의 아니게 혈당이 치솟는 탄수화물을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앉은 식탁의 양 옆으로 각각 칠십대와 삼십대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 있었다. 칠십대 가운데 남자가 술에 불콰해져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삼십대 가운데는 여자가 음식이 나오자 덜어 남자에게 챙겨주었다.

말하자면 한쪽은 내 과거 같고 한쪽은 내 미래 같았는데 둘 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는 집요하게 나에게 답이 나올 때까지 캐묻는 버릇이 있어서 밥을 먹으며 속으로 쪼아댔는데 그냥 관계가 싫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사람들이 뭘 해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기 크게 받았다기 보다 그냥 내가 누군가와 둘이 있는 그림을 그려보니 그다지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다.

좀 더 파고 들어가자면 아마도 절차에 지친 것이리라. 양 옆의 커플들이 하는 것처럼 만나서 고민 끝에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또 커피든 뭐든 마시러 가서 또 이야기를 하고… 그 모든 걸 하기 위해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또 그 뒤에는 어디로 자리를 옮겨 무엇을 마실지 절차에 대해 고민하기가 싫어진 것이다. 이건 그냥 최근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이를 먹었으므로 자연스레 시장(?)에서 아웃되는 것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시킨 음식이 나왔는데 이게 사실 바로 먹기엔 좀 뜨거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어대며 어렵사리 폰을 들여다 보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며 아, 관계가 되려면 저런 사소하디 사소한 불편함을 좀 견뎌야 되는데 내가 지금 그걸 매우 하고 싫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면 하기 싫을만 하다. 그냥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매우 하기 싫다.

무한 눈치를 보고 없는 행간을 읽어대는 성격에 직업(있잖아요, 그거)까지 겹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밥이고 차고 뭐고 다 내가 찾아야 되는 판국이 되어 버려서 나는 땡벌땡벌 지쳤다. 뒤집어 말하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유지하고 싶은 관계 혹은 그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한참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말도 되겠다. 다시 한번,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퇴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라도 지금 딱히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