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사건과 종속 사건

어제는 당근케이크를 구웠는데 오븐에 넣어 40분을 꽉 채워 돌린 뒤에야 섞이지 않고 덩그러니 남아 있는 밀가루 사발을 보았다. 이십 년 가정 제과제빵 경력에서 해본 적이 없는 실수였다. 부랴부랴 익지 않은 당근계란찜을 꺼내 믹서에 다시 넣고 밀가루를 섞어 다시 팬에 담아 구웠는데… 먹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부풀지 않은, 그래서 누군가에게 주기는 뭐한 무엇인가가 되어 버렸다.

이럴 때 나는 모든 사건이 독립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고 종속적이라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버릇이 있다. 말하자면 이것이 어떤 더 큰 나쁜 일의 전조나 일부일 것이며 나에게는 더 많은 불행히 기다리고 있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방송국 가는 길에 뻗어버린 구급차로 도로가 막혀 살짝 마음을 졸여야 했었던 일도 같은 연장선 위에 놓고 생각했다. 아, 불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나?

그것은 아마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들이 오랫동안 내려지지 않고 시간을 끌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일보 연재인데 지금 현재가 지난 연재에 이어 또 100화를 달성하게 된 가운데 (말하기 뭐한 내부 사정-편하게 짐작하시오) 하여 결정이 안 내려지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그만 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난 사실 다음을 위해 이미 한 삼사 개월 전부터 또 새로운 기획, 어쩌면 지난 200화 동안 해온 것보다 더 재미있을 만한 것을 준비해서 안은 물론 샘플까지 써서 주기는 했으나… 내가 너무 오래 썼다는 지적이 사실 틀린 것은 아니다.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내가 뭔가 교수라거나 직함을 가지고 있더라면 이게 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래서 내가 일을 주는 갑님을 원망한다는 말이 아니라… 설사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사실 ‘아 00가 되었어야 하는데, 직함을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예전에도 해본 적이 없고 요즘은 더 하지 않는다. 그저 ‘아, 직함도 뭣도 없는 인간이 오래도 썼구나 하하하’라고 웃고 넘어갈 뿐이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직함 같은 거 바라지도 않고.

연재가 끝나서 아쉬운 건 순전히 먹고 살기 힘든 프리랜서의 현실 때문인데… 그거야 뭐 언제나 할 수 밖에 없는, 팔자 같은 걱정이니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기획안은 재미있는 것이니 다른 데에 찔러 보면 되는 것이고, 나는 올해 마음 속에 찬 물에 맞춰 노 젓는 일을 하면 된다. 쉰다고 생각해도 나쁠 것은 없어 보이고. 당근케이크는 다시 구우면 된다. 강판에 당근 가는 게 조금 귀찮지만 15분이면 반죽을 오븐에 넣을 수 있다. 레시피도 다 외웠다.

다른 하나는 작년 10월부터 이야기하고 있는 다음 책인데…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두 달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