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오전에 잠깐 나갔다 와서 계속 뜨개를 했다. 냉철하게 판단해서 싹수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잡생각을 안 하게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해서 그냥 한다. 왠지 마음이 편해서 낮잠을 아주 달게 잤다. 오늘 이상하게도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했다. 다른 날도 아니고 꼭 오늘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했다. 많은 마음을 준비해 두었다가 전부 불구덩이에 던져 버리고 호로록 타버리는 꼴을 홀가분하게 바라보았다. 타라, 마음아. 타올라라. 활활 타올라 재도 한 점 남기지 말고 모조리 사라져 버려라. 대체 누구에게 무엇을 왜 의지하겠다고 기대를 품고 마음을 주고 애를 닳고 속을 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