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좋을 약속

아까 청계천을 건너가는데 약속이 있었으면 좋았겠네 생각했다. 어딘가 음식점에 들어가 먼저 기다리고 있던 지인에게 잘 있었어? 인사하고 따뜻한 국물 음식 같이 먹는 약속 말이다. 나는 보통 먼저 가서 기다리는 사람이니(당신과의 약속에서 그러지 않았다면 죄송) 그런 상황 말고, 누가 나를 기다려 주는 상황이어야 한다. 음식은 너무 맵지도 뜨겁지도 않은 생선 지리가 좋겠고, 술은 잘 안 마시기는 하지만 맥락에 충실하자면 사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어두운 거리를 걷다가 종종 밝게 불이 들어온 가게들을 보며 저기 어딘가에 내 자리와 내 사람이 있으면 좋겠구나 생각했다는 거다. 서점에 들러 뜨개 책들을 좀 뒤적이다가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돌아왔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맑은 지리와 사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