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안 되거나 하는 것도 아닌데 불길함에 시달렸다. 올 겨울이 왠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많은 인간들에게 조용히 미움을 품었다. 그것은 아마도 책을 부치고자 갔던 우체국에서 마주친, 심한 경상도 사투리에 큰 목소리로 쌍욕을 해가며 전화통화를 해대던 남자 탓인 것 같다.
참다 못해 나는 그에게 화를 냈다. 그가 우체국 전체에 조장하는 불안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대체 왜 여기에서 쌍욕해가며 통화를 크게 하시는 겁니까. 지적을 받은 이들은 대체로 인과 혹은 선후관계를 혼동하고 되받아 화를 낸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청구를 들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자각이 없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타인에게 망신을 당했다는 사실만을 자각할 뿐이다. 그러나 알고 있을까? 이미 그들 자신이 스스로를 충분히 망신시켰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