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크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다 못해 내가 쓰레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너무 자주 있는 일인데, 상담 선생님은 이를 ‘침투사고’라 일컫는다고 했다. 하여간 침투사고에 화가 나서 요즘 CU에서 2+1로 행사하고 있는 제로 코크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키며 예상보다 좀 더 걸었다. 담배나 술은 물론이거니와 보통 콜라도 최대한 피해야 하는 현실에서 결국 남은 건 구역질 나는 맛의 제로 코크 밖에 없어서 슬펐다.

냉장고가 거의 비어가는데 요즘 마트의 식재료는 너무 나쁘고 멀리 장을 보러 갈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 사실은 그냥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냥 매일매일 그날의 일 간신히 쳐내는 것 말고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김사월

새 EP를 들으며 김사월이 한국의 인디 음악계를 하드캐리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다른 뮤지션이 없다거나 있는데 하는 게 없다는 말이 아니다. 요즘 좋은 한국 뮤지션의 음악을 엄청나게 많이 듣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사월의 존재감이 확실히 두드러진다는 말이다. 잊히기도 전에 새 음악을 내놓고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제는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밥 두 줄

을 사와서 한 번에 한 줄씩만 먹으면서 일했다. 두 줄을 한꺼번에 다 먹으면 늘어지는 게 싫어서. 쉬는 시간에 고양이 화장실도 청소하는 등, 지나치게 부지런을 떨었더니 퇴근과 동시에 나가 떨어져서 지금까지 쭉 잤다. 허기가 막 밀려 오는데 끼니 후보로 2순위만 둘 떠오른다. 둘 다 각축전을 벌여서 1위로 올라올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처럼 넋을 놓고 그냥 널부러져 있다.

여행 가고 싶다. 골목을 걷고 싶다.

일요일

야구를 보려고 비교적 일찍 일어났다. 컴퓨터로 보면서 번역을 몇 줄 하고 반팔셔츠를 가방에 싸서 내놓고 고양이 화장실 2호기를 청소했다. 원래는 책상도 치울 계획이었으나 거기까지 했더니 에너지가 떨어져서 해가 질 때까지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 청소를 하고, 고민 끝에 피자를 시켰다. 일요일 저녁엔 때려죽여도 밥은 못하겠다. 토요일 저녁까지는 그래도 할 수 있지만 일요일은 안된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니 별이가 이불 위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カブトムシ

아침에는 반바지를 입고 신문 사러 나갔는데 저녁에는 패딩을 입고 산책을 갔다왔다. 겨울을 좋아하지만 이런 식으로 온다면 전혀 반갑지 않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결국은 두 시간이나 번역을 하고 자스민쌀로 닭죽을 끓여 먹었다. 11월까지만 버티면 상황이 좀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