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다.
Category: Life
생일
모처럼 행복했다.
마음으로 피흘리는 나날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죄송하다는 메일을 두 통 썼다. 아침 간신히 차려 먹고는 대본을 뽑아서 큰 소리로 여러 번 읽었지만 아무 것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설마했지만 진짜로 현장에 가서도 머릿속이 완전히 백지였으니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런 날도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이런 날’ 자체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상당 부분 시간이 해결해줄 거고 나는 그동안 버티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내일도 죄송하다는 메일을 또 한 통 써야 한다. 마음으로 피흘리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2022년 2월
2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번아웃이 왔다. 생각조차 정리할 수가 없어 컴퓨터도 켜지 않았다. 정기 점검을 받은 다음날부터 들어온 엔진 경고등 탓에 열흘 만에 자동차 서비스 센터를 갔다온 것도 확실히 나쁜 영향을 미쳤다.
28일 동안 12건의 마감에 한 달 만에 끝내야 하는 번역 일까지 겹쳐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문제는 적어도 3월 중순까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지겹고도 괴롭다, 하지만
마음의 딜레마
마음만 있어도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안된다. 그렇다고 마음마저도 없어서 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희박한 가능성을 헤치고 보장되지 않는 결론을 보기 위해 적어도 어디까지는 가봐야 하므로 대체로 결말은 작고 또 작을지라도 한없이 기적에 가깝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Recycled Air
I watch the patchwork farms
Slow fade into the ocean’s arms
And from here they can’t see me stare
The stale taste of recycled air
뜨치광이
계획을 세워 놓았던 배색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오늘은 무리해서 뜨개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여태껏 모자를 뒤집어서 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덕분에 한참을 풀고 백육 십 몇 코를 다시 주워야만 했다. 코를 줍는 시점에서 이미 완성도는 망가진 거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꼭 끝까지 가봐야 한다.
소회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제와 같은 날은 정말 자주 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사소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사소하기 때문에 귀할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1월
말일이 되어 돌이켜 보니 1월이 너무 무섭게 흘러갔다. 신정 지나자마자 마감 몇 개를 쳐 내고 빌빌거리다가 책이 나왔고 다음 책 작업을 하다보니 그대로 설 연휴가 되어 버렸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던 날들도 있고, 너무 그래서 두려워져 밖에 나갔다가 그냥 길에 걸어다니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라 다시 집에 들어간 날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인류애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대세에 지장은 없는 가운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엇엔가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자질구레한 근육통이 있다가 사라지고 기분이 나쁘다가 좋아지고 등등등.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장기적으로는 좀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열쇠는 사람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인류애를 여전히 품고 있지만 개별 인간에 대한 믿음은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인간을 싫어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을 향한 불신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