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4주 만에 찾아간 병원에서 나는, 바로 지난 번 내원까지도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 거대한 감정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겠노라고 말했다. 그것은 분노였다. 좌절의 그루터기에 실망의 가지를 덧붙여 자란 나무에서 드디어 분노의 열매가 활짝 열리고야 말았다. 분노라는 감정에 어울리지 않으므로 수분 및 개화 과정은 건너 뛰었다. 그렇게 분노의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제부터 수확에 들어가려 한다. 한참 동안 손이 모자랄 게 뻔한 일이므로 일단 문부터 좀 닫고 와야겠다. 푸대접을 하느니 차라리 문전박대가 훨씬 낫다. 다음에 오세요, 언제인지는 저도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에이, 언제 그렇게 찾아오셨다고 아쉬워하고 그러세요. 아, 오신 김에 잘 익은 분노 하나 나눠 드릴까요? 오래 가물어서 끝내주게 잘 익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