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한 자살사고

작년 말부터 신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님에게서 보았던 계단식 노화의 본격적인 첫 단계인 것 같다. 이렇게 앞으로 쭉 급한 내리막길을 걸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종종 정말 캐주얼하게 ‘아 그냥 지금 죽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사는 게 분명히 나쁘지 않고 즐거운 일도 많긴 한데 일상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저 일 몇 시간 하고 밥 차려 먹고 치우고 씻고 등등의 일들이 한 삼사 년 전에 비해 사뭇 힘들다. 그래서 아 그럴 거면 그냥 지금… 이런 생각을 자꾸 하는데 캐주얼하다고 말했듯 정말 진지하게 그러는 건 아니고 그만큼 죽음이 계속 가까이 다가오는 걸 새삼 더 느낀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래저래 삶에 쉬운 순간이 절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