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과메기

딱 2년 전 쯤의 일이다. 그해 가장 추운 겨울날이었고 그에 맞게 곱창전골을 맛있게 먹었다. 이후 커피만 마셨는지 술까지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과메기를 찾고 있다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내 거래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이후 그들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연락이 끊긴 것이다. 그래도 이상할 게 없긴 한데 또 그날 저녁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럴 것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아직까지도 의문을 품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연락해서 왜 이런 것이냐 묻지 않는 건 또 그럴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약간 이상한 느낌도 들긴 한다. 뭐 그런 관계도 있느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인데 바로 그렇기에 유지가 되는 면도 있고 즐겁기도 즐겁고 그런 거지만 또 이렇게 갑자기 뚝 끊기기도 한다.

이걸 쓰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내 입장에선 또 나에게 잘 연락하지 않는데 어어이 잘 지내십니까 밥이라도 같이 드시죠?! 하기가 이제 약간 민망해진 느낌이 있어서 더 연락을 못하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만약 이유가 있다면 짚이는 구석이 있긴 한데 그 또한 이게 이런 것이냐? 라고 묻기 좀 애매한 것이기도 하다. 다 꺼내 놓고 나니까 그냥 이래야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불고기의 토요일

지난 토요일 지인들과 저녁을 먹었다. 생월이라 겸사겸사 만났는데, 원래 두 사람을 만나기로 했으나 하나가 직장에 긴급 출동하는 바람에 합류하지 못할 뻔 했으나 나와 다른 지이 저녁을 천천히 먹는 사이 잽싸게 와서 다행스럽게도 합류할 수 있었다. 토요일에 긴급 출근을 했다면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어야 덜 억울하지. 덕분에 원래 좋았던 분위기가 더 좋아져 커피에 위스키까지 마시고 들어왔다.

두 달 만의 사회생활이었던가. 하여간 열심히 돌아다니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더니 수치가 그 다음날 까지도 놀랄 만큼 낮게 나와서 놀랐다. 아, 이게 이렇게 되는 구나. 혼자서 온갖 지랄을 해도 차도가 없었는데 이런 걸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요즘 나의 사회 생활은 원래도 그런 것이 더 메말라 있다. 내가 약간은 자학적인 기분으로 나를 바싹 말리는 측면도 좀 있고, 실제로 만날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엔 발을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세 번째…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날 때 지역부터 밥 먹을 곳, 차 마실 곳까지 모두 정해야 하는데 정말 너무 하기 싫다. 나라고 뭐 특별히 아는 곳이 있겠느냐고?! 게다가 대부분 너무 가고 싶지 않은 곳 투성이라 어려운 것도 있긴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좋은데 나를 만나면 꼭 붙잡고 음식 이야기를 해야 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먹은 것을 나에게 확인 받고 싶다거나 내가 먹은 것을 얕잡아 보고 싶다거나… 다 좋은데 그런 이야기를 일절 하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상황이 그렇게 전개가 되기 시작하면 그대로 일어나 도망치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의도에 관한 오해가 있다. 나는 그냥 정말 밥이나 먹고 커피나 같이 마시고 싶을 뿐인데 그게…  아니 저는 감히 여러분들을 어떤 대상으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반백 살 오징어일 뿐입니다.

하여간 불고기는 맛있었고 밤 공기는 나름 괜찮았으며 빌어먹을 카카오 택시는 더럽게 잡히지 않았다. 카카오 극혐이다. 결국 카카오 아닌 택시를 잡아 타고 들어왔다.

폐허의 시대

요즘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습관을 다시 굳히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심지어 저녁을 서서 먹은 뒤 나가는데… 오랜만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정말 망한 가계가 많더라. 작년 2월인가 망한 탕후루 가게는 아직도 간판을 못 내렸다. 다음 임대가 들어오지 못해 못 나가고 있다는 의미겠지. 미용실 한 군데도 망해서 무권리 임대가 붙어 있고 바로 집 앞의 큰 건물도 비어 있고 새로 들어온 횟집도 규모에 비해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 않고…

조금이라도 허술한 구석이 있는 가게들부터 망하고 있는데 어쨌든 상당히 폐허 느낌이 난다. 뭐 바깥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안도 폐허다. 마음이 아주 빌어먹을 상태다. 하 세상 살다가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기에 한편 매우 기가 막힌다. 바야흐로 폐허의 시대다.

9개월 동안의 헛수고 (1)

사람을 실제로 만나러 가는 길에 나는 광화문 교보에 들러 연필 셋트와 작은 스케치북 그리고 지우개를 샀다. 대학 때 미술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에게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그래서(대략 25년쯤이다) 주섬주섬 그런 것들을 샀다. 다른 농도 심을 끼운 연필 여섯 자루 한 셋트(스태들러)와 나머지였다.

그걸 주면서 나는 그랬다. 그림 어쩌구 이야기를 하기에 사왔다. 하지만 딱히 뭘 하라고 산 건 아니다. 하루에 선 하나라고 그어보면 좋고 아니면 그냥 눈에 띄는 데다 두고 가끔 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뭐라도 하고 싶어질지 어찌 알겠느냐고. 그는 마치 이런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듯 아무런 조건도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없다. 뭐 그림을 그려서 보여줄 것도 아니고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난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을 뿐이라고 그랬다. 나는 사소한 것들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서 내가 들인 자원의 총량에 비해 받는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선물 하기를 좋아한다. 아니 물론 그렇다고 맨날 그런 걸로만 퉁치려 드는 사람은 아니고…

집에 오면서 연필깎이를 까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관계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사소하디 사소한 불편함

또 마음이 와장창 깨져서 금요일에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 있었다. 그런 와중에 메일을 받았는데 너무 화가 나서…

오늘은 평소보다 뜨개를 좀 오래하고 그냥 빈 속으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본의 아니게 혈당이 치솟는 탄수화물을 늦은 점심으로 먹었다. 앉은 식탁의 양 옆으로 각각 칠십대와 삼십대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 있었다. 칠십대 가운데 남자가 술에 불콰해져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삼십대 가운데는 여자가 음식이 나오자 덜어 남자에게 챙겨주었다.

말하자면 한쪽은 내 과거 같고 한쪽은 내 미래 같았는데 둘 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는 집요하게 나에게 답이 나올 때까지 캐묻는 버릇이 있어서 밥을 먹으며 속으로 쪼아댔는데 그냥 관계가 싫은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사람들이 뭘 해서 어떤 느낌을 받았다기 크게 받았다기 보다 그냥 내가 누군가와 둘이 있는 그림을 그려보니 그다지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이다.

좀 더 파고 들어가자면 아마도 절차에 지친 것이리라. 양 옆의 커플들이 하는 것처럼 만나서 고민 끝에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또 커피든 뭐든 마시러 가서 또 이야기를 하고… 그 모든 걸 하기 위해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또 그 뒤에는 어디로 자리를 옮겨 무엇을 마실지 절차에 대해 고민하기가 싫어진 것이다. 이건 그냥 최근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이를 먹었으므로 자연스레 시장(?)에서 아웃되는 것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시킨 음식이 나왔는데 이게 사실 바로 먹기엔 좀 뜨거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어대며 어렵사리 폰을 들여다 보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며 아, 관계가 되려면 저런 사소하디 사소한 불편함을 좀 견뎌야 되는데 내가 지금 그걸 매우 하고 싫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보면 하기 싫을만 하다. 그냥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매우 하기 싫다.

무한 눈치를 보고 없는 행간을 읽어대는 성격에 직업(있잖아요, 그거)까지 겹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밥이고 차고 뭐고 다 내가 찾아야 되는 판국이 되어 버려서 나는 땡벌땡벌 지쳤다. 뒤집어 말하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유지하고 싶은 관계 혹은 그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한참동안 만나지 못했다는 말도 되겠다. 다시 한번,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퇴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라도 지금 딱히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일

사람을 알게 됐는데 근처에 살아서 맥도날드에서 만나 아침을 같이 먹기로 했다. 소시지 에그 맥머핀을 시켰는데 반 정도 먹고 남기는 것을 보았다.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닌데… 그 약속을 정한 뒤 같은 날 오후에 영화를 보자고 해서 응하는 바람에 하루에 같은 사람을 두 번 만나게 되었다. 영화는 오후에 시작돼 끝나니 대략 이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차를 가져왔다며 같이 가자는 걸 (나는 애초에 잘 모르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타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백화점에 들러 떨이 반찬을 사다가 간만에 밥을 해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으므로) 혼자 가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 사람이 문자를 보내서는 저녁때인데 밥을 먹자는 이야기도 안 하고 가는 게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자기는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했는데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는 것이었다. 아침을 다 먹었다면, 그리고 점심을 챙겨 먹었더라면 당연히 배가 덜 고팠을 것이었는데… 뭐 어떤 이유로든 배가 고팠다면 자기 사정이 이러하니 밥을 같이 먹겠느냐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아 놓고 나에게 그런 걸 생각도 하지 않고 혼자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점심을 세 시 넘어 먹어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으며 사실 배가 고팠더라도 그 사람과 저녁까지 같이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럴 사람이면 점심도 같이 먹었겠지. 무슨 의전도 아니고 사람들은 대체 자신이 뭐라고 생각을 하는 걸까?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기분이 나쁠 상황으로 기분이 나쁠 대상에게 기분이 나빠야지.

세상만물자원배분설

무엇인가 새롭게 하려면 자원을 재배분해야 한다. 일단 시간부터 한정된 자원이므로 이를 기존의 일에서 빼다가 새롭게 하는 일에 배분해야 한다. 일단 그게 되어야 마음이든 뭐든 쓸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른다. 그냥 어떻게든 되겠거니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생각이 없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런 사람들과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사실 나는 ‘바빠서 연락 못 한다’는 말을 믿은 적이 없다. 마음이 없는데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짜 바쁜 사람은 관계 같은데 자기 자원을 쏟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이 새해가 되자마자 벌어졌다. 근데 사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꽤 오래전부터 예상을 했다. 몇 년 전 도입부 한 삼십 장쯤 끄적여 놓고 버려둔 장편소설 나부랭이에 설마 하고 쓴 사건이 있는데 그게 진짜로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래서 계획대로 움직여 바로 대처를 시작했다. 정말이지 사는 게 뭘까 싶다. 한편 엄청 담담하고 한편 아무나 붙잡고 막 하소연하고 싶을 정도로 황망하다. 감정이 완전 아수라백작 꼬라지다.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부고는 이메일을 타고

어젯밤 열 시 반 쯤, 고양이와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이메일로 부고가 날아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예상해왔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들어맞았다.

내 예지력 너무나 신통한데 신이 전혀 나지 않는다.

정말 나이 먹는 게 별 거 아니다 그냥 더 더러운 꼴을 더 많이 보는 과정이다.

글쓰기의 고민

어제의 글은 등장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위해 쓴 게 아니었다. ‘아 이제 나는 사람에게 쓸 에너지가 정말 없다…’는 이야기를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저렇게 보일까봐 염려가 돼서 글이 잘 안 써지더라. 에…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사실 이게 내 글쓰기의 가장 큰 고민이다. 돈을 버는 나의 글들 대부분은 내 사적인 영역의 사람이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쓸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한편 그와 별개로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쓰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억눌러 왔다. 크든 작든 발언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글쓰기 16년차로 접어드는 지금 한계가 온 것 같다. 글쓰기 자체의 한계 말이다.

단적으로 남궁민 같은 필자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또 완전한 진공상태인 것처럼 굴고 싶지도 않고… 그 중간 지점을 찾고 싶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다. 20년차 까지는 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