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의 매우 추웠던 날 지인 부부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런저런 화제로 잡담을 즐기는 가운데 우래옥 이야기가 나왔다. 두 사람 다 가본 적이 없다기에 3월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 요 몇년 동안 생일밥을 우래옥에서 먹었으니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 가격대가 만만치 않으니 생일밥이기는 하더라도 가자고 하는 내가 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헤어지는 길에 그들이 나의 생일을 물어보아서 알려주었다. 잘 먹는 사람들이라 육회에 불고기나 갈비를 시키고 냉면이나 김치말이로 마무리를 하면 매우 훌륭하고 즐거운 식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그들은 소식이 없었고 그대로 연락이 끊겼다.
원래도 자주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끊길 거라는 예상은 못했기에 나는 이후 한참 동안 이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무엇인가 원인을 제공했을까? 비단 관계 뿐만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도 일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맨날 밥을 사서 부담을 느낀 걸까? 나는 이제 연상의 인간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져서 밥이든 커피든 내가 당연히 사는 거라 생각하고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연락을 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무슨 일이 있나요? 그런데 나도 하기 싫었다. 사실은 그들을 안 뒤부터 그렇게 해왔었기 때문이다. 가끔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리는 항상 즐거웠다. 적어도 내 쪽에서는 그랬다. 그랬기에 헤어질 때 나는 늘 그렇게 제안했다. 두 달 쯤 뒤에 또 봅시다. 세 달 쯤 뒤에 또 봅시다. 네 달 쯤 뒤에… 그 기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 나는 한번씩 연락을 했고 그렇게 또 날을 잡아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정이 막 나빠지거나 그래서는 아니었다. 그냥… 번거로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이 관계의 자연스러운 종착점일 수도 있으니 그냥 이것저것 천성대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나와 전혀 상관 없는 별개의 사정이 그들에게 있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말도 안되게 생업에 바쁘거나 뭔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있어서 연락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를 위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게 중요했다. 사실은 이 건 뿐만 아니라 다른 관계에 대해서도 나는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이제 다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작년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줌 있던 지인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모종의 일로 관계가 인간에게, 아니 적어도 나에게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싶은 강한 의구심에 시달리기 시작한 이후였다.
어쨌든 사정이 그렇게 되어서 작년 생일에는 우래옥에 가지 못했다. 대신 뭔가 꽤 비싼 옷을 충동구매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팔고 싶어졌다. 옷은 어디에 내놔야 잘 팔리나. 과연 귀찮음을 무릅쓰고 팔 수 있을까? 새해가 되니 올해 생일은 또 어떻게 해야 되나 벌써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쉰 살 생일인데! 에휴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