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좀 내려주세요”

모든 것이 다 정리되고 얼마가 지난 여름 밤, 나는 자다 말고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썼다. 저 죄송합니다만… 홈페이지의 사진 좀 내려주시겠어요? 미안합니다. 답은 빨리 오고 사진은 거의 바로 내려갔는데, 이게 그가 미안하다고 그래서 내가 미안했다. 그렇게 처리해야 할 일이 맞기는 했는데 사실 약간의 장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냥… 좀 웃고 싶었다. 그게 자학이래도 좋았다.

그는 좋은 직업인이었다. 직업의 속성상 멀쩡한 사람도 미친 상태에서 접할 가능성이 높으니 진짜 미친 사람들이야 더 잘 알아볼테고 그들이 정말 미친 사람들이라는 걸 분명히 그리고 확실히 알았겠지만 정말 잘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시간이 흐르고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홈페이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도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다.

카페에 앉아 있다가 그 온갖 지옥과 같은 절차에 대해 열성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꿈꿔왔던 순간은 찰나 증발되어 버리고 이후로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사회적 압박이 있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