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나날들 Vulnerable Days

머릿속에서 일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엔 대체로 죽어라 일하지만 보람은 크게 못 느낀다.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도 생각하고, 어딘가 나도 모르는 실수를 하고 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28일까지 밖에 없는 2월 한 달 동안 12건의 마감을 쳐내고 있다. 현관에 둔 고구마가 썩지 않았을까 걱정하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아주 취약한 나날들이다.

마음의 딜레마

마음만 있어도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안된다. 그렇다고 마음마저도 없어서 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희박한 가능성을 헤치고 보장되지 않는 결론을 보기 위해 적어도 어디까지는 가봐야 하므로 대체로 결말은 작고 또 작을지라도 한없이 기적에 가깝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Recycled Air

I watch the patchwork farms
Slow fade into the ocean’s arms
And from here they can’t see me stare
The stale taste of recycled air

뜨치광이

계획을 세워 놓았던 배색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오늘은 무리해서 뜨개를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여태껏 모자를 뒤집어서 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덕분에 한참을 풀고 백육 십 몇 코를 다시 주워야만 했다. 코를 줍는 시점에서 이미 완성도는 망가진 거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꼭 끝까지 가봐야 한다.

소회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제와 같은 날은 정말 자주 오지 않는다. 너무나도 사소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사소하기 때문에 귀할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1월

말일이 되어 돌이켜 보니 1월이 너무 무섭게 흘러갔다. 신정 지나자마자 마감 몇 개를 쳐 내고 빌빌거리다가 책이 나왔고 다음 책 작업을 하다보니 그대로 설 연휴가 되어 버렸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던 날들도 있고, 너무 그래서 두려워져 밖에 나갔다가 그냥 길에 걸어다니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올라 다시 집에 들어간 날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인류애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대세에 지장은 없는 가운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엇엔가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자질구레한 근육통이 있다가 사라지고 기분이 나쁘다가 좋아지고 등등등. 단기적으로는 괜찮지만 장기적으로는 좀 더 나아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열쇠는 사람이 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인류애를 여전히 품고 있지만 개별 인간에 대한 믿음은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인간을 싫어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을 향한 불신을 품고 있다.

힘든 나날들

오늘도 일찍 일어났는데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일을 손에 잡지 못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다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작년 이맘때에도 똑같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니, 작년에는 더 엉망이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고, 1시간 간신히 일을 붙잡은 다음 세탁망도 살 겸 산책을 갔다왔더니 상태도 좋아져 금일의 과업을 그럭저럭 마칠 수 있었다. 이 노래도 오늘의 내가 멀쩡해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1월의 마음

은 상당히 너덜너덜하다. 큰 일은 없었다. 자질구레한 일들이 자잘하게 마음을 긁어대서 결국 이 꼴이 나고야 말았다. 요즘 사람들이 부쩍 미운데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아서 역시 1월은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맛있는 만두를 먹으며 사람이 미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밤이다. 그러나 요즘의 세상에는 맛있는 만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을 향한 미움을 잠재워주는 만두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을 계속 미워할 충분한 이유를 확보했다.

부모님의 전화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꿈을 꾸었다. 내가 두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전화기는 여전히 플립폰이었었다.

시간을 꽉꽉 채워 평소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이 불편한 금요일 밤이다.